2023. 3. 26. 18:23ㆍ신화/인도신화
01. 인도 신화(Indian mythology, 印度神話)
3억 3천 신들의 나라, 인도
인도는 우리나라의 약 33배에 달하는 영토에 10억이 넘는 인구가 모여 살고 있다. 세계인구통감 자료에 의하면 인도 인구는 2008년 기준 약 11억 4천여 명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다. 인구 못지않게 신들의 숫자가 많은 것이 인도의 또 다른 특징이다. 3억 3천이 넘는 신들의 천국으로, 신과 인간의 숫자를 합치면 가히 세계 최고다. 신들의 숫자를 인간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신과 인간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인도 신화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같은 발상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북쪽으로는 히말라야 산맥이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인더스 강과 갠지스 강이 흐르는 인도는 다양한 지리적 조건을 가진 나라다. 기후 역시 온대에서 열대, 사막, 고산 기후까지 골고루 퍼져 있다. 인더스 강 유역은 세계 4대 문명 발생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리적⋅기후적 조건과 오랜 역사 속에서 인도 신화 또한 풍부하고 다양하게 성장해 왔다.
기원전 15세기 인도의 서북부에 정착한 아리안족은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된 《베다》를 신봉했다. 베다는 세상 만물에 영이 있다고 믿는 다신 신앙 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아리안족의 베다 신앙에 인더스 강가의 여러 종교와 남부 인도의 드라비다교가 혼합되면서 신화 역시 비빔밥처럼 섞이게 되었고, 이것이 힌두 신화, 즉 지금의 인도 신화로 정착되었다. 인도 신화에는 3억 3천이 넘는 신들이 등장하는데, 이 많은 신들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신이다. 즉 우주의 근원이 다양한 신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흔히 과거의 일을 신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도인들에게 신화는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다. 신화는 오늘날에도 인도인들의 삶의 이유가 되어 주고, 그 흔적을 생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일상적인 대화, 풍습, 축제, 노래와 춤, 속담이나 격언, 심지어는 TV드라마나 영화 등에도 신화가 녹아 있다. 신화와 종교가 일치를 이루고 고대와 현대가 통합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신화 속에서 살고 있는 인도를 종교의 나라, 신화의 나라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모든 신은 하나 삼신일체론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3억 3천의 신들은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 이렇게 삼신(三神)으로 모아진다. 브라흐마는 창조를, 비슈누는 유지를, 시바는 파괴를 각각 책임지며 이 우주를 관리한다. 결국 세 개의 서로 다른 신이지만 우주라는 하나의 존재를 설명하는 한 몸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에 삼위일체론이 있다면 힌두교에는 바로 이 삼신일체론(트리무르티, trimuriti)이 있다. 수억에 달하는 인도의 신들은 모두 삼신 안에서 태어나고 삼신으로 인해 드러난다. 힌두교가 다신교이면서 유일신의 형태로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우주는 끊없이 윤회(輪廻)한다. 그 윤회의 시작과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오랜 옛날부터 우주는 창조-유지-파괴-창조를 반복해왔다. 죽음 역시 끝이 아니다. 육신은 병들거나 늙어서 사라지지만 영혼은 살아서 무언가로 다시 태어난다.
전생에서 자신이 쌓은 공덕에 따라 사람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짐승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사람 가운데서도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희로애락은 지금 당장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전생에 닦은 업(카르마, Karma)에 의해 결정된다. 인간의 영혼은 대략 8만 2천 번의 윤회를 한다. 이러한 윤회, 업 사상은 이후에 불교에도 영향을 주었다.
다르마의 원래 뜻은 지지하다, 떠받치다이다. 인도 사람들은 대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세상 만물은 저마다 수행해야 할 의무와 행동규범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데, 그것이 바로 다르마(Darma)다. 좁은 의미로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지켜야 하는 종교적⋅사회적 의무를 말하고, 넓은 의미로는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의미한다.
이 다르마가 사회 제도로 적용된 것이 바로 카스트 제도다. 비슈누의 일곱 번째 화신인 라마와 그의 아내 시타가 가장 이상적인 부부로 추앙받는 것은 그들이 책임감 있는 남편과 순종적인 아내로서 가장 이상적인 다르마를 실현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카스트라는 말은 포르투갈어 카스타(casta, 혈통)에서 유래되었다. 기원전 1300년경 아리아인들이 인도에 침입한 후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통치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계급을 제도화한 것. 승려나 교사 계급인 브라만(Brahman), 왕족이나 무사 계급인 크샤트리아(Kshatrya), 상인⋅농민 계급인 바이샤(Vaisya), 노예 계급인 수드라(Sudra), 그 외 하리잔(Harijan)이라 불리 우는 불가촉천민으로 나누어진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어느 한 계급으로 귀속되어 사회 규범이나 역할을 규정받고 결혼도 같은 계급끼리만 할 수 있었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해방된 후 헌법에서 카스트제도를 철폐시켰다. 계급 간의 융화를 위해 대학 입학이나 공무원 임용 시 일정 인원을 하층민에서 뽑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델리 정부청사 앞에서는 할당 인원을 늘려 달라는 하위 카스트와 할당 인원 자체를 폐지하라는 고위 카스트들이 번갈아가며 시위를 벌이곤 한다. 하지만 농촌지역에서는 여전히 하위 계급이 사회⋅문화⋅종교적인 차별을 받고, 신문지상에는 고위 카스트와 결혼을 희망하는 구혼 광고가 넘쳐나는 것이 인도의 현실이다.
신 데바(Deva, 혹은 수라)와 악마 아수라(Asura) 간의 싸움은 인도 신화의 핵심 주제이자 수없이 반복되는 역사이다. 아수라는 극심한 고행을 통해 창조의 신 브라흐마로부터 강력한 힘을 얻고 그 힘으로 데바를 위협한다. 이렇게 충돌하는 선과 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분법적인 선악 개념과는 다르다. 악마라고 해서 무조건 악하고 신에게 무조건 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우주를 구성하는 두 가지 상반된 힘으로 해석된다. 옳은 일을 추구하는 힘과 그것을 어기고 싶어 하는 힘. 우리 삶은 매 순간 상반된 이 두 가지 힘으로 인해 갈등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런 투쟁에서 결국은 언제나 옳은 일을 추구하는 데바가 승리함으로써 정의를 지킨다는 것이 인도 신화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힌두교에서는 삶에 네 가지 목적이 있다고 가르친다. 첫째는 자신의 지위에 걸맞는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다르마(Dharma), 둘째는 현세에서의 성공을 지향하는 아르타(Artha), 세 번째는 정당한 즐거움을 즐기는 카마(Kama), 네 번째는 해탈을 의미하는 목샤(Moksha)이다.
목샤의 단계에 이르기 위해 어릴 때부터 다시 네 단계를 거친다. 어린 시절에 구루(Guru)라고 부르는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성인이 되어서는 가정을 이루어 성실하고 선하게 살아간다.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이 25세가 되면 부양의무에서 벗어나 명상을 위한 장소인 아쉬람(Ashram)를 찾아 끊임없이 명상하고, 노년으로 들어서면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거리로 나가 구걸하며 해탈의 단계로 들어선다.
모든 인도인들이 이러한 단계에 따라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삶을 이상적이라고 여긴다. 인도 거리에서 깡마른 몸으로 고행하는 명상가를 흔히 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종교적 바탕 때문이다.
베다(Vedas)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 문학으로 신들에 대한 찬양과 봉헌의식을 기록해 놓은 일종의 성가(聖歌)이다. 신들을 제사에 불러들이는 청원의 노래 《리그베다》, 제사 때 신들에게 바치는 노래 《사마베다》, 제사의 진행을 담은 《야주르베다》, 재앙을 물리치는 주술을 담은 《아타르바베다》가 현재까지 남아있다.
그 중 《리그베다》는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경전으로 인도인들의 신앙의식을 가장 잘 보여준다. 여기에는 총 33명의 자연 신이 등장하는데, 신은 인간들에게 축복과 은혜를 내리고 인간으로부터는 찬미와 경배를 받아 신의 권위를 유지해 나간다. 이렇듯 《리그베다(Rig-Veda)》에 나타난 신과 인간의 관계는 공존(共存)과 상호협력(相互協力) 관계다.
《우파니샤드(Upaniṣad)》는 사제간에 가까이 앉음, 즉 신비한 가르침이라는 뜻을 가진 고대 철학서이다. 오랜 세월을 거쳐 조금씩 개정⋅보완되어 왔으며 대 우주의 본질과 나는 하나라는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을 담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윤회의 굴레에 갇혀 있으며, 신을 숭배하고 고행을 계속하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러한 철학 사상은 힌두교의 중요한 교리로 자리 잡았고 불교나 자이나교에도 영향을 주었다.
바라타(Barata)족의 전쟁을 읊은 대서사시로, 대략 18편 10만 송 20만 행으로 이루어졌다. 바라타 두 왕족 간의 분쟁과 전쟁이 주내용이며, 신화와 전설, 기적, 정치, 종교와 관련된 사건, 철학, 도덕, 사회제도 등 인간에 필요한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있다. 또한 《마하바라타(Mahabharata)》에는 힌두교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성가 《바가바드 기타》도 포함되어 있다.
인도 신화에는 매우 다양한 창조 신화가 전해 내려온다. 신들을 낳은 부모 신들도 여러 명이고, 세상을 창조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신들의 부모는 하늘의 신 디아우스(Dyaus)와 땅의 신 프리비티(Prithvi)로 이 두 신을 합쳐서 댜바프리비티라고 부른다.
드야우스와 프리비티는 각각 황소와 암소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들 부부 신은 넓은 우주 품 안에서 우주 만물을 자식으로 낳고 키우며 오직 부모로서의 의무에 충실하다. 불의 신 아그니(Agni), 천둥 번개의 신 인드라(Indra), 새벽의 신 우샤스(Ushas) 등이 그의 자식들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인드라를 낳으면서 유명해진다.
프리비티는 인드라를 뱃속에 가졌을 때 그 아이가 신들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많은 신들이 인드라를 주시하자 프리비티는 오랫동안 아기를 뱃속에 품은 채 내놓지 않았다. 물론 인드라를 다른 신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마침내 인드라(Indra)를 낳자 천지가 흔들리며 모든 신들이 불안해 했다. 프리비티도 두려워하며 인드라를 숲속에 숨기고 귀여워하거나 아는 척하지 않았다. 부모의 방치는 인드라에게 상처를 주었고, 마침내 자신의 아버지 드야우스(Dyaus)를 죽여 버린다. 아버지를 죽이고 번개라는 강력한 무기를 쟁취한 인드라는 신들이 두려워하던 대로 하늘, 땅, 지하 3계를 지배하는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창조자 프라자파티(Prajapati)는 세상만물을 창조하기 위해 고행을 즐겼다. 오랜 고행 끝에 타파스(Tapas)가 되면서 마침내 해와 달, 새벽을 창조하였다. 아버지 프라자파티(Prajapati)와 먼저 태어난 해와 달이 고행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새벽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그들 앞에 나타났고,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사정하고 말았다.
프라자파티는 얼른 황금그릇을 만들어 그 속에 그들의 정액을 담았다. 얼마 후 그 속에서 천 개의 눈과 발, 화살을 가진 신이 나타나 프라자파티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간청했다. 프라자파티는 그에게 브하바(Bhava, 존재)라는 이름을 주었고 브하바로부터 세상 만물이 창조되고 순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프라자파티는 힌두 신화의 브라흐마(Brahma)처럼 쉽게 욕정을 느끼는데, 이것은 창조의 본능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이 만든 딸을 보고도 욕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딸은 프라자파티로(Prajapati)부터 빠져나가기 위해 암사슴으로 몸을 바꾸었다. 그러자 프라자파티는 숫사슴으로 변신해 암사슴 모습을 한 자신의 딸을 쫓아다녔다.
그 쫓고 쫓기는 추격전 때문에 하늘이 소란스러워졌다. 참다못한 신들이 폭풍의 신 루드라(Rudra)에게 프라자파티를 화살로 쏘아달라고 부탁했다. 루드라의 화살을 맞은 프라자파티는 소리를 지르며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액을 세상에 흩뿌렸다. 떨어진 그의 정액들이 흘러 호수가 되었다.
신들은 사방으로 흩어진 창조의 씨들을 잘 모아서 불로 감쌌다. 그러나 조심성 없는 바람이 그만 정액을 날려버렸다. 그 바람에 불이 붙은 정액들이 불꽃처럼 터지며 세상 만물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태어난 브라스파티(Brhaspati)는 기도, 위대한 아버지라는 뜻으로 모든 신들의 지도자 혹은 사제로 알려졌다.
아주 오래 전 우주에 푸루샤(purusa)라는 거인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원래 1천 개의 눈과 손, 다리를 가진 신이었다. 푸루샤는 자신의 4분의 1로 모든 생명체를 만들고, 4분의 3은 불사의 세계에 둔 채 우주를 오가며 살았다.
어느 날 신들이 푸루샤를 제물삼아 제사를 지내고 그를 많은 조각으로 나누었다. 머리는 하늘로, 눈은 태양으로, 다리는 땅으로 변하게 했다. 그의 숨결은 바람이 되었다. 입은 브라만(Brahman), 팔은 크샤트리아(Kshatriya), 다리는 바이샤(Vaisya), 발은 수드라(Sudra) 이렇게 네 종류의 사람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바로 카스트(caste) 제도의 기원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아직 만물의 형체가 완성되지 않은 우주에 미아처럼 떠돌아다니던 아트만(Atman)으로부터 창조가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다. 아트만은 자아라는 뜻으로, 우주를 공기처럼 떠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혼자인 것이 무섭고 외로워졌다. 마침 자신의 몸이 남녀가 꼭 껴안고 있는 크기가 된 것을 알고 자신의 몸을 두 조각으로 나누었다. 하나는 남자, 하나는 여자가 되었고 그들이 결합하면서 인류가 태어나기 시작했다.
여자는 한 몸이었던 남자와 결합하는 것이 왠지 좀 부끄러웠다. 그래서 자신을 다른 짐승으로 변신시켰다. 하지만 여자가 다른 동물로 변할 때마다 남자 역시 그 동물로 변신했다. 그 사이에서 자식들이 태어났다. 그렇게 해서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인드라(Indra, 帝釋天)는 베다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신으로 천둥과 번개의 신이자 용맹의 신이기도 하다. 《리그베다》의 대부분이 인드라를 찬양하는 내용이고, 베다 신화에서는 신들의 아버지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인드라의 부모는 브라스파티라는 설도 있고, 드야우스와 프리비티라는 설도 있다.
아버지 드야우스를 죽이고 번개를 빼앗은 인드라의 행위는 신들에게 결코 좋게 보이지 않았다. 신들은 인드라의 능력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그는 오랫동안 고독과 방황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러던 차에 뱀의 형상을 한 악마 브리트라(Vritra)가 산 위에 똬리를 틀고 앉아 우주의 모든 물을 마셔버리는 일이 생겼다. 세상은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받았다. 인드라는 자신의 무기인 벼락으로 브리트라의 배를 찢어놓았다. 뱃속에 가득하던 물이 쏟아져 내리면서 세상은 가뭄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 일이 인드라에게는 방황 끝, 영광 시작의 계기가 된다. 그의 업적이 높이 평가받고 인간들 사이에서는 비를 관장하는 가장 중요한 신으로 추앙 받게 되었다. 인도의 몬순(monsoon) 기후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막강한 힘과 높은 지위를 얻게 된 인드라는 점점 교만해지기 시작했다. 하늘의 목수이자 수르야의 장인인 비슈와카르마에게 자신을 위한 더 크고 더 아름다운 궁전을 지으라고 무리한 요구를 한다. 참다못한 비슈와카르마가 브라흐마에게 도움을 청했다. 창조의 신 브라흐마는 소년으로 변장해 인드라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땅에 줄을 지어 기어가는 개미떼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들이 모두 전생에 인드라였다오. 당신 앞에도 무수한 인드라가 있고 당신 뒤에도 무수한 인드라들이 태어날 것이오. 이 광활한 우주, 반복되는 신의 역사 앞에서 눈 깜짝 할 사이에 왔다가는 신세일 뿐인데 으리으리한 집이 무슨 소용 있겠소.
그 순간 인드라는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신들이 즐겨 마시는 환각 음료인 소마는 특히 천둥의 신 인드라가 좋아하는 것이다. 인드라는 소마를 즐겨 마시며 신으로서의 강력한 힘을 축적해 나간다.
어느 날 인드라가 소마를 독차지하려고 하는데 다른 신들이 달려들었다. 인드라는 달리기 경주를 해서 이긴 자가 소마를 가져가자고 했다. 처음엔 일등으로 달리던 인드라 앞으로 바람의 신 바유가 날쌔게 앞서 갔다. 인드라는 있는 힘을 다해 바유를 따라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봐 바유, 우리 이렇게 무작정 달릴 게 아니라 동시에 골인해서 소마를 반씩 나누는 게 어때?
욕심 많은 인드라가 얄미웠던 바유는 들은 척도 안하고 더 앞서 갔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바유도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다. 이 틈을 이용해서 다시 인드라가 옆으로 붙었다.
그것 봐, 힘들지? 그러지 말고 우리 사이좋게 나누자 그러면 소마의 3분의 2를 줄게. 나는 나머지 3분의 1을 갖게 해줘, 응?
지치고 힘들던 차에 3분의 2라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겠다 싶었던 바유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둘은 동시에 골인했고 약속대로 소마를 나누어 먹었다. 인드라가 무수한 악마들과 싸우면서도 지칠 줄 모르고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소마 덕분이었다.
인도에서는 불교를 힌두교의 한 종파로 인식한다. 베다 신의 왕인 인드라가 불교로 건너가 제석천(帝釋天, S'akrodevandra)으로 다시 태어난 것도 불교가 힌두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이다.
상기야는 목수의 신인 비슈와카르마의 딸이다. 상기야의 아름다운 모습에 신이나 인간들이 모두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상기야는 도무지 결혼할 맘이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놀다가 일곱 마리의 백마가 끄는 황금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멋진 남자를 보았다. 상기야는 첫눈에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바로 태양의 신 수르야였다.
상기야는 아버지에게 수르야가 아니면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비슈와카르마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태양의 신과 같이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얘야, 수르야는 기분 좋은 때는 더없이 따뜻하고 온화하지만 한 번 화가 나면 세상을 통째로 태워버릴 수도 있는 무서운 남자란다. 비위 맞추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느냐.
하지만 이미 마음을 빼앗긴 상기야에게 아버지의 충고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딸의 고집에 두 손 두 발 다 든 비슈와카르마는 수르야에게 가서 딸과 결혼해줄 것을 부탁했다. 아름다운 상기야를 보고 수르야는 결혼을 흔쾌히 수락했다.
결혼하고 둘 사이에는 맏아들 마누와 쌍둥이 남매 야마, 야무나가 차례로 태어났다. 그러나 쌍둥이가 태어난 후부터 수르야의 몸이 서서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 열기가 너무 심해서 상기야는 이제 남편 근처에 가기는커녕 얼굴을 똑바로 보기도 힘들었다. 상기야는 남편을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르야는 상기야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흥! 남편인 나를 외면해서 모욕을 주다니 어디 두고 보자. 그 대가를 당신 자식들이 치르게 될테니! 맏아들 마누는 땅으로 내려가 인간이 되고, 둘째 야마는 죽음의 신이 되고, 야무나는 당신처럼 변덕스런 성격을 가진 강의 여신이 되게 할 테다!
남편이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니 상기야는 고민 끝에 물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꺼내 자신과 똑같은 사람으로 만든 후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게 했다. 그리고 상기야 자신은 숲속으로 숨어버렸다. 수르야는 얼마 안 가 자신의 아내가 진짜가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 그리고 진짜 상기야는 자신의 열기를 견디지 못해 숨어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르야는 숲으로 가서 상기야를 달랬다.
내가 그동안 당신 맘을 너무 헤아리지 못했어. 이제부터 잘 할테니 그만 집으로 돌아갑시다.
하지만 상기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신 열기가 너무 세서 쳐다보기만 해도 재가 되어버릴 것만 같다구요. 그 열기를 확 줄이기 전까지는 절대 돌아갈 수 없어요.
수르야는 장인인 비슈와카르마를 찾아가 어떡하면 될지 상의했다. 비슈와카르마는 명쾌하게 답해 주었다.
자네 몸 일부분을 잘라내야만 해. 그래야 열기를 줄일 수 있어.
결국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수르야는 자신의 몸을 기꺼이 잘라냈다. 확 줄어든 몸으로 상기야를 찾아가자 상기야는 온화해진 남편을 반갑게 맞았다. 목수이자 대장장이인 비슈와카르마는 잘라낸 수르야의 몸을 가지고 멋진 신들의 무기를 만들어냈다. 비슈누의 톱니달린 원반과 시바의 삼지창은 모두 수르야의 잘라낸 몸으로 만든 무기들이다.
소마(Soma)는 신들의 음료를 만들고 관장하는 신으로 베다의 희생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로는 그 음료 자체를 부르는 용어로 쓰이는데, 소마에는 약간의 환각 성분이 들어 있어서 신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곤 한다. 심지어 인드라마저도 소마 없이는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따라서 소마는 신들의 모든 고통과 질병을 치료하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며 스스로를 최고신이라고 자랑하곤 했다.
소마는 닥샤왕의 27명의 딸들과 결혼했다. 그러나 닥샤의 딸들이 소마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해대자 닥샤왕은 소마에게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저주를 걸어버렸다. 나중에 닥샤의 딸들이 중재를 해서 저주가 약화되기는 했지만 소마는 기분이 몹시 나빴다.
소마는 창조의 신 브라흐마에게 대규모 말 희생제를 올리며 자신을 지켜달라고 빌었다. 소마의 정성과 기도에 감동한 브라흐마는 그에게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주었다. 브라흐마의 보호 아래 소마는 매우 대담해졌다.
소마는 자신의 힘만을 믿고 다른 영토를 침범하여 약탈을 일삼았으며, 닥샤의 딸들을 외면하고 스승인 브라스파티의 부인 타라를 빼앗았다. 그러자 신들과 소마 사이에 거대한 전쟁이 벌어졌다. 인드라의 지휘 아래 있는 신들과 악마들을 이끌고 있는 소마의 전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보다 못한 타라가 브라흐마 신에게 싸움을 좀 말려달라고 요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타라는 남편인 브라스파티에게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소마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안 브라스파티는 화를 내며,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얼마 후 아기가 태어났는데, 신들 사이에 누워 있는 아기는 정말 아름답고 탐스러웠다. 브라스파티와 소마는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했다. 싸우는 두 사람을 보고 아이가 타라에게 하소연했다.
어머니, 제발 당장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모든 여인들에게 저주를 내리겠어요.
브라흐마 신도 타라에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말하라고 충고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아이는 소마의 자식입니다.
그러자 소마는 크게 기뻐하며 그 아이를 안았다.
아, 그토록 지혜로운 아이가 내 아들이라니!
소마의 이 외침 때문에 그 아이는 깨달은 이 또는 지혜로운 자라는 뜻의 붓다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때 붓다는 불교의 창시자인 붓다와는 다른 인물이다. 아이를 뺏긴 후 브라스파티는 더욱 화가 났다. 소마를 당장 신들의 세계에서 추방시키라고 주장했다. 신들은 소마 쪽과 브라스파티 쪽으로 양분되었다. 결국 브라흐마가 브라스파티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래서 소마는 하늘 위 신들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인도에서 술과 같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음료를 금지하게 된 유래가 되었다.
이 외에도 브라흐마가 소마에 취해서 자신의 딸을 억지로 범한 후에 소마를 저주했다는 설도 있고, 수크라라는 성자가 잔속에 자신의 제자 유골이 들어있는 줄 모르고 마신 후에 소마를 저주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초기 인도 신화에서는 강력한 환각을 무기로 권력을 잡았던 소마가 이런 이유로 달의 신으로 정착하게 된다.
베다시대의 다양한 창세 신화가 힌두시대에 와서는 창조의 신 브라흐마로 일원화 된다. 까마득히 먼 옛날 우주가 혼돈으로 가득 차있는 가운데 깜깜한 어둠 속에서 영혼 하나가 떠돌아다녔다. 이 영혼은 갑자기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가 커져서 물을 만들고 거기에 정액을 뿌렸다. 그러자 이것이 황금알이 되었고 거기서 바로 창조의 신 브라흐마(Brahma)가 생겨났다.
1년 동안 가만히 누워만 있던 브라흐마는 황금알을 둘로 나누어서 반쪽은 하늘로 나머지 반쪽은 땅으로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보존의 신 비슈누의 배꼽으로부터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태어났다는 설도 있다.
아주 오랜 옛날 비슈누와 그의 아내 락슈미가 영원의 뱀 아난타 위에서 쉬고 있을 때 비슈누의 배꼽에서 금빛 연꽃 한 송이가 솟아나왔다. 그 꽃 한가운데에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앉아있었다. 브라흐마 신이 두 눈을 번쩍 뜨자 갑자기 빛이 생겨 어둠이 물러났다.
그가 손 안에 있던 금빛 알을 깨뜨리자 알의 반쪽은 위로 솟구쳐서 하늘이 되고, 다른 반쪽은 아래로 떨어져 땅이 되었다. 이처럼 브라흐마가 비슈누의 배꼽에서 탄생되었다는 창세 신화는 비슈누를 숭배하는 비슈누파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먼 옛날 세상은 하늘과 땅으로 구분되지 않고 그저 혼돈만이 가득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브라흐마가 명상에 잠겨 있는 동안 그의 생각으로부터 생명이 태어났다. 브라흐마는 어둠으로 이루어진 몸을 창조해 그 안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그런데 그때 그의 항문에서 바람이 나와 악령이 되었다. 브라흐마는 놀라서 어둠의 몸을 버리고 새로운 몸을 창조했다. 이때 벗어버린 몸은 밤이 되었다.
새로운 몸은 선과 빛으로 이루어졌고 그 입에서 빛을 발하는 신들이 나왔다. 이 몸은 낮이 되었다. 밤과 낮을 만든 브라흐마는 이번에는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많은 영혼들이 생겨났다. 이 영령들은 낮과 밤이 만나는 동틀 녘과 해질녘에 나타난다. 브라흐마가 세 번째 몸을 벗어 던지고 네 번째 몸을 가졌을 때 생각하는 피조물, 즉 인간이 태어났다. 이 네 번째 몸은 달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달빛 아래서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한다.
브라흐마가 기와 어둠으로 이루어진 다섯 번째 몸을 만들었을 때 끔찍한 피조물을 토해냈는데 이것이 바로 악마들이었다. 브라흐마는 자신이 뱉어놓은 악마들 때문에 무척 당황했다. 너무 당혹스러운 나머지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 버렸는데, 이것들은 뱀이나 다른 파충류와 같이 배로 기어다니는 생물이 되어 땅속으로 숨어버렸다.
브라흐마가 악마들 때문에 우울해 하면 할수록 계속 악마들이 늘어났다. 브라흐마는 곧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유쾌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조류, 포유류, 각종 식물과 같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태어났다.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한 번 우주를 창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3억 2천만 년이다. 이 세월 동안 서서히 세상 창조의 과업을 완성하고 나서 브라흐마는 다시 잠 속으로 빠진다. 이때부터 세상은 다시 파괴의 길을 걷는다.
그러니까 한 우주가 만들어지기 시작해 완성되는 기간은 43억 2천만 년이고 다시 파괴되기 시작해 완전히 사라져 없어지는 시간 역시 43억 2천만 년이다. 이처럼 우주가 만들어져 한 번 존속하는 시간을 깔빠(Kalpa)라고 부른다.
1깔빠는 1천 마하유가로 이루어지고, 각 마하유가는 다시 4유가가 모여 이루어진다. 고통 없는 축복의 시대인 끄리따 유가, 그 이후에는 정의가 시들고 재앙이 서서히 다가오는 뜨레따 유가, 드와빠라 유가를 차례로 거친다. 이후 이어지는 깔리 유가는 질병과 굶주림, 재앙이 세상을 덮쳐 세상이 완전히 파괴되는 시대다. 이 시기가 되면 세상은 홍수와 불에 의해 사라진다고 한다.
이 네 유가가 1천 번 반복되면 1깔빠가 지난 것이다. 1깔빠가 지나면 우주가 해체되어 브라흐마의 몸속으로 흡수된다. 다시 1깔빠 동안 혼돈의 시간을 보낸 후 브라흐마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 다시 1깔바에 걸쳐 우주 창조의 역사를 시작한다.
힌두 신화에서는 이처럼 우주가 생성과 해체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순환한다고 본다. 인도 신화의 이런 거대한 시간 개념 앞에서 인간의 한 생이 얼마나 미미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현세의 안락에 연연하지 않는 인도인들의 생활 방식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베다 신화에서 사라스바티는 가야트리라는 이름을 가진 강의 여신이었다. 그러던 것이 힌두 신화로 내려오면서 브라흐마의 딸이자 아내로 지식과 학문, 예술을 관장한다고 믿었다. 창조를 즐기는 브라흐마는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사라스바티를 만들어내고는 그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
아, 정말 아름다운 딸(사라스바티)이구나!
브라흐마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브라흐마의 뜨거운 눈길이 부담스러웠던 사라스바티가 그의 눈길을 피해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브라흐마는 그녀를 보려고 두 번째 머리를 만들었다. 사라스바티가 다시 왼쪽으로 돌아가자 브라흐마는 세 번째 머리를 만들었다. 그녀가 부끄러워하며 하늘로 숨어버리자 브라흐마는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새로 머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하늘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사라스바티, 당신은 내 시야를 벗어날 수 없다오. 그렇게 숨지만 말고 나와서 내 마음을 받아주오. 나랑 결혼해서 세상 만물의 어머니가 되어주지 않겠소?
브라흐마가 온 세상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소리로 공개 구혼하자 사라스바티는 그만 마음이 흔들려 하늘에서 내려왔다. 이처럼 신화에서는 사라스바티가 자신의 아버지와 결혼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웬일인지 인도인들은 사라스바티를 처녀 신으로 여긴다. 아마도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부 지방에서는 사라스바티, 락슈미, 강가가 모두 비슈누의 아내였는데, 락슈미의 질투로 사라스바티는 브라흐마에게, 강가는 시바 신에게 보내졌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비슈누(Vishnu)의 일곱 번째 화신인 라마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다다르고 싶은 완성된 인간상으로 꼽히면서 인도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신이다. 아요다를 지배하는 다샤라타 왕에게는 코우실라, 카이케이, 수미트라 이렇게 세 명의 왕비가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이들에게는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몇 년간 열심히 신에게 제사를 올린 결과 라마, 바라타, 락슈만 세 명의 아들이 차례대로 태어났다.
라마가 16세가 되었을 때 우연히 이웃 나라를 지나다가 그 나라 왕인 자나카가 사윗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나카 왕에게는 시바 신으로부터 받은 신비한 활이 있었는데, 이것을 당길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딸인 시타와 결혼할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자나카 왕 역시 오랫동안 자식이 없다가 밭고랑에서 눈이 반짝이는 예쁜 여자 아이를 얻게 되었다. 그 아이를 시타라고 이름붙이고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나카 왕으로서는 최고의 사위를 고르고 싶었을 것이다.
구름처럼 모여든 수 천의 후보들 중 유일하게 라마가 시바의 화살을 당겼고, 라마는 아름다운 시타와 아요다로 돌아왔다. 시타와 결혼한 라마는 왕위를 물려받기 위해 준비했다. 그러나 다샤라타 왕의 두 번째 왕비인 카이케이 때문에 왕위를 물려받는 것은 고사하고 왕궁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예전에 다샤라타 왕이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극진하게 간호해준 카이케이에게 두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고 약속했었다. 카이케이는 자신의 아들 바라타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라마를 14년 동안 나라 밖으로 추방시켜 달라는 두 가지 소원을 말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바라타는 그럴 수 없다고 만류했지만 라마는 바라타에게 미련없이 왕의 자리를 넘겨 주고 조용히 왕궁을 떠나왔다. 그 뒤를 아내 시타와 동생 락슈만이 따라나섰다.
라마는 그동안 공주로 편안하게 지내던 시타가 거친 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하지만 시타는 남편과 함께하는 숲속의 생활이 즐겁기만 했고 자연 속에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축복인 것처럼 느껴졌다.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어려움을 함께 해나가 는 그들은 마치 두 몸이 아니라 한 몸인 것처럼 보였다.
세상의 질서를 유지시키는 일을 맡은 비슈누는 수시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나타나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곤 한다. 이것을 아바타(Avata)각주1) 라고 한다.
1. 마트스야(Matsya) - 물고기
인간을 대홍수로부터 구해주는 홍수 신화에서 유래한다.
2. 쿠르마(Kurma) - 거북이
암리타라는 불사의 신약을 만들 때 비슈누가 거북이 모습으로 나타나 대지를 지탱해 주었다.
3. 바라하(Varaha) - 멧돼지
지옥의 사자가 바다 속에 던져버린 대지를 어금니로 끌어올려 인간들에게 돌려준다.
4. 나라싱하(Narasinha) - 반인반수
상체는 인간, 하체는 사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악마 하란야카시푸를 없애버렸다.
5. 바마나(Vamana) - 난쟁이
악마 발리 앞에 나타나 딱 세 걸음만큼의 땅을 좀 나누어달라고 간청한다. 발리가 허락하자 곧 거인의 모습으로 변해 순식간에 세 걸음을 걸었고 삼계의 우주가 새롭게 창조되었다.
6. 파라슈라마(Parasurama) - 도끼를 든 라마
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난 비슈누는 크샤트리아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억울한 죽음을 당하자 도끼를 휘둘러 원수를 갚는다.
7. 라마(Rama) - 크샤트리아
힌두 서시시 《라마야나》의 주인공.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마왕 라바나를 물리치고 아내 시타를 찾아 돌아온다.
8. 크리슈나(Krishna) - 가장 사랑받는 화신
장난끼 넘치고 여인들과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랑스러운 신. 많은 기적을 행하고 악마를 물리치는 등의 업적을 남긴다.
9. 붓다(Buddha) - 불교의 창시자
인도에서는 불교가 힌두교에 흡수되면서 붓다를 비슈누의 화신의 하나로 본다.
10. 칼키(Kalki) - 미래의 화신
우주가 파괴될 때 세상의 정의와 질서를 모두 거두어들였다가 다시 우주가 만들어지면 정의와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일을 맡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출처
https://m.cafe.daum.net/kis0901/JrMv/11034?listURI=%2Fkis0901%2FJr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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